top of page

From

오물몬

기억할게요, 당신의 사랑을

 

지켜주고 싶었다. 그를 사랑해주고 싶었다. 지금보다 더욱 더 그를 소중히 여기며 사랑한다고 속삭이며 꽉 안아주고 싶었다. 그를. 하지만 그럴 수 없음을 알기에 나는 정말했다. 우리는 절망했다.
아아 그래. 이렇게 둘만 있는것도 오랜만인데 오늘쯤은 괜찮지 않겠어?


"야, 새턴"


왜★ 라며 밝게 대답하는 네 모습에 피식- 하며 바람빠지는 소리가 났다. 헛웃음이 새어나가는 이유는 무얼까 생각한다. 너의 그 대답이 전혀 만족스럽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놓여버린 이유는 왜일까.


"슬프냐?"


가볍게 기분을 풀어주려 말해본 의미없는 -아니. 어쩌면 의미가 없기를 바라는 걸수도 있겠네- 질문에 너는 침묵한다. 돌아서 떨고있는 뒷모습이 오늘따라 더욱 약해보여서, 안쓰러워 보여서, 안타까워 보여서 다가가 끌어안아주고 싶었지만 우리 둘다 그럴 수 없어 다시 헛웃음만을 흘린다.


"아니면. 혹시 미련이라도 남는거야?"


미련이라면 이쪽이 더 심하다구.
일부러 짖궂게, 얄밉게, 편안하게 말을 걸었다. 그냥 오늘따라 네 모습이 너무나도 약해보였는걸. 미련이 남았냐는 말에 미미한 떨림이 멈추었다.


"미련이라니, 그런게 있을리가 있겠어?★"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목소리를 뽑아내는 네가 너무 힘들어 보인다. 돌아선 모습이 한없이 약해보인다. 다가가 안아주고 싶다. 다가가 키스해주고 싶다. 다가가 달래주고 싶다. 하지만 나는, 우리는 그럴 수 없다. 그것이 잔인하고 매정한 현실이다. 그에 나는 다시 헛웃음만 내뱉는다. 그냥 바람빠지는 어이없는 소리지만 어째선지 허공에 울려퍼져 우리를 비웃는 누군가의 웃음소리 같다.
웃지마,  개새끼야


"새턴"


담담하게 너의 이름을 부른다. 불러도 불러도 달콤함이 가시지 않는 그 이름을 마음껏 내 입에 가득 담는다.


"여길 봐줘"


부드럽게 어린아이를 달래듯 말한다.
지금 네가 돌아봐주지 않는다면 나 진짜 이대로는 못갈것 같아.


"왜★"


이제 숨기기를 포기했는지 떨림이 가득한 속삭이는 목소리가 귓가에 닿는다. 돌아선 너는 잔뜩 울먹이고 있었다.


"두려워?"


답지않게 내려앉은 목소리가 차분하게 속삭인다.


"응★"


숨김없이 말하는 너는 아름다운 다이아몬드같은 푸른색 눈물을 흘려버린다.
어쩌지 정말 미안해. 지금 당장 가서 널 꽈악 하고 안아주고 싶은데 상황이 안돼네. 진짜 미안.


"울지마. 괜찮아."


할 수 없이 말로라도 다독거려준다. 천천히 손을 들어올렸다. 투명해져버려서 더이상 제 구실을 못하지만, 너의 머리카락 정도는 매만져 줄 수 있겠지. 예상대로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지만 부드러운 감촉이 생생해.


"야, 울지마. 나도 막 눈물나오려 하잖아."


고개를 돌려 너의 모습을 천천히 자세히 살펴본다. 이미 하반신은 거의 사라져 버린 모습에 지그시 미간을 찌뿌린다. 고개를 들어 아름다운 너를 눈에 담는다. 점점 힘이 빠져가는 손에 억지로 힘을 넣어 너를 끌어당겨 내 얼굴과 가까이 한다.


"약속해★"
"뭘"
"절대 잊지 않겠다고★"
"그래. 너도 약속해. 절대 잊지 않겠다고."
"했어★ 절대 잊지 않아★"


씨익 웃어보였다. 너도 씨익 웃었다. 머리를 들어 광활하게 펼쳐진 어둠을 바라보았다.


"사랑해"
"사랑해★"


웃음을 남긴채로 키스를 했다. 눈물이 섞였다. 감촉이 느껴지지 않는다. 꿈을 꾸는 듯 몸이 가벼워 졌다. 정말 멍청하게도 이런 상황에서 이렇게 같이 죽으면 천국에서 너를 다시 볼 수 있을까 같은 바보같은 생각이나 해버렸다. 눈을 떠 마지막으로 너의 모습을 담았다. 영원히 내 기억속에 남도록 평생 잊지 못하도록 하염없이 바라보고 바라보고 그렇게 눈물마저 사라져가는 현실에 사랑만은 남아있다.
우리의 사랑만은 내 육신이 소멸하고 존재가 멸한다 할지라도 기억할 것이다. 먼 훗날 우리가 다시 만나 사랑을 나눌 수 있을때까지. 영원히 간직할 것이다.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