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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사

 

" 기억할게... " 

 

" 그러니까 선도 기억해줬으면 좋겠다... " 

 

먼은 헤실헤실 웃으며 자신의 어깨에 머리를 얹고 새근새근 잠이든 선에게 말했다. 선의 밝은 주황빛 머리카락이 바람과 햇빛에 흐드러져 공기 중에 퍼진 어렸을 때의 약속을 담은 먼의 말은 곱게 부서져 바람이 되었다. 언젠가 그 바람이 그녀에게 전해지기를 바라면서 전한 말들은 그녀에 대한 감사와 순수한 애정 그리고 기억해줬음을 하는 기대감을 담고 있었다. 바보같이 좋아한다는 고백조차 못해본 자신이었지만 어쩌면 이렇게라도 선의 곁에 있을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하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덜렁거리고 바보 같은 자신을 선이 좋아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으니. 어렸을 때 역시 그녀에게 구해지고 지켜지기만 했었다. 그래서 커서는 꼭 자신이 지켜주겠다고 약속했었으며 지금도 그 약속을 지켜내고 있었다. 하필이면 선이 모르도록 그녀의 곁에서 지켜주는 것은 다른 누군가를 해치거나 싸우는 모습을 보고 꺼리게 될까봐 차라리 그녀에게는 덜렁거리고 바보 같은 자신으로 여기어줬으면 했다. 이윽고 선이 자리가 불편한지 몸을 뒤척거리다가 살며시 눈을 떴다. 

 

“ 하아암... 잘 잤다...! "

 

" 잘 잤어..? “

 

“ 응 덕분에! ”

 

“ 에헤헤... 다행이다... ”

 

먼은 뒤통수를 긁적거리면서 배시시 웃어 선을 바라봤다. 선은 웃어 보이는 먼을 바라보다가 자신이 기대었던 먼의 어깨를 바라봤다. 그리고는 자신 때문에 고생했을 먼에게 미안한 듯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 어깨 많이 아프지...? "

 

" 아냐!! 안 아파!! 걱정하지 마...! "

 

먼은 자신의 어깨를 걱정하는 선에게 걱정하지 말라며 자신이 멀쩡하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팔을 돌려대며 얼버무렸다. 굳어져 있던 팔이 갑작스럽게 돌려지자 놀란 근육에 먼은 크게 움찔거리며 돌리던 팔을 멈추고 어깨를 잡았다. 

 

" 어휴...! 이 바보야!! 갑자기 돌리니까 아프지...! 역시 아팠던 거잖아!! 말을 해야지!! "

 

선은 어깨를 잡는 먼을 타박하며 먼의 어깨를 조심스럽게 주물렀다. 선의 따뜻한 손의 온기가 어깨로부터 타고 느껴졌다. 그 온기에 먼은 심장부근이 간질 간질거리며 심장이 뛰어 얼굴이 불그스름해졌다. 

 

" 별로 아프지 않았는데... "

 

" 어휴... 먼충이 주제에 안 아픈 척하기는... 그래도 어깨 빌려준 거 고마우니까 데이트 해줄게! "

 

선은 일어서서 조금 앞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뒤돌아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먼을 향해 활짝 웃어보였다. 

 

" 그리고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

 

선은 그 말을 끝내고 뒤돌아서 천천히 앞으로 걸어갔다. 먼은 그제야 선이 자신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를 깨닫고 새빨개진 얼굴을 두 손에 묻었다. 

 

" 기억하고 있었구나... "

 

" 먼충아!!! 빨리 안 오면 나 갈 거야?! "

 

선의 가버린다는 말에 먼은 허겁지겁 일어나 그녀의 곁으로 뛰어갔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그녀의 빛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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