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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연

기억할게!

 

어린 그들은 이렇게 얘기했다. 나를 어머니라 칭하는 그들이 나를 기억하겠다고 했다. 어머니라는 칭호는 나에게는 조금 어색한 단어였지만 이리 생각해 주는 것에 나는 조용히 감사를 표했다.

 

나의 보금자리에는 생명들이 살아간다. 아주 먼 옛날, 그들이 겨우 상상하고 예측하는 과거 때부터 난 그 보금자리에 있었다. 조그마하고 눈에도 잘 보이지 않았던 이들이 길고 긴 시간을 이 행성에서 지내며 점점 성장해 가고 있었다. 나는 그저 신기할 따름이었다. 생명을 품는다는 건 정말 신기했기 때문이었다. 주위의 가족들도 신기해했다. 그리고 나에게 책임감이 늘었겠다며 나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런가. 나는 옅은 웃음을 띠었다.

그때부터 나는 생명을 사랑하는 법을 알았다. 친근하게 다가가면 내 손에 얼굴을 묻어 눈을 감고 서로의 온기를느끼며 이마를 맡데 있다. 나의 기분도 점점 차분해졌다. 살아있다는 것이 이런 느낌이구나. 나는 생명을 쓰담아주었다. 나는 생명들과 오랜 시간 동안 같이 드넓고 푸른 들판에서 포근한 빛을 맞으며 놀고 어둡고 서늘한 밤에는 서로를 의지하고 잠이 들며 나의 하나뿐인 위성인 루나와 함께 생명들과 즐겁게 놀았다. 나날이 행복했다.

그러던 어느 날 커다란 사건이 터지고 그렇게 활기차던 생명들의 대부분이 사라지고 말았던 적이 있었다. 순식간이었다. 나는 멍한 정신으로 겨우 몸을 부지하고 있을 땐 이미 생명들은 내 옆에 있지 않았다. 바다는 드높은 파도를 일으키며 모든 것을 덮쳤고 땅은 불바다로 치솟고 있었다. 그리고 하늘은 먼지로 뿌예져 구름 틈으로 들어오던 따스한 햇빛은 들어오지 않았다. 그 운석 충돌은 어지간히 큰 충격이었다. 나는 그로 인해 심한 부상을 입었고 결국 휴면에 들어갔다. 그 후에도 가끔씩 휴면에 들었지만 지금은 그들이 있어 되도록이면 휴면을 하지 않기로 했다.

오래 내려다보며 느꼈던 것은 '인간'이란 생물은 매우 대단하다는 것이었다. 자신들끼리 모여 곳곳에 문명을 일으키고 규칙을 만들어 규칙을 어긴 자는 처벌하는 등 서로 조화를 이루며 살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성장하면서 나에게 고통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하였다. 어느 때부터 급격히 그들은 사춘기처럼 빠르게 커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서로 싸우기 시작하였다. 싸운다 해도 이리 크게 싸우지 않았건만. 나도 마음 한쪽이 아려왔고 쓰렸다. 아무도 다치지 말고, 아프지 말았으면 했다. 전쟁의 고통으로 아이들이 울며 방황하는 모습에 나는 결국 눈물을 보였다.내 몸은 점점 괴로워지고 있다. 거리를 걸을 때면 땅에 버려져 굴러다니는 쓰레기들이 눈에 띈다. 전까지만 해도 드넓은 들판이었고 높은 언덕이었던 곳이 평평하게 잘리고 구멍이 뚫려 미지근한 공기가 구멍을 통해 지나간다. 보금자리에 오염물질이 쌓이자 나는 극심한 고통에 시달렸다. 환경오염에 대한 부담을 전부 나에게 오도록 했기 때문이었다. 새까만 물질을 토하고 두통 때문에 정신이 아찔했다. 계속 내뱉는 탓에 목도 따끔거렸다. 이대로 가다간 목소리를 내는 것도 힘들 것 같았다. 그러나 그들이 밉거나 하지 않았다. 내가 지녀야 할 책임 중 하나라고 생각하며 고통을 견뎌내었다.

 

지금은... 그들 중 일부가 환경보호운동을 펼치고 있지만 역시나 일부는 예전과 같이 파괴하고 있다. 나의 상태도 예전보다 심해졌다. 그러나 나는 믿을것이다. 나를 기억해준다는 미래의 아이들을 보며 나는 믿어볼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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